올해도 봄이 오고 꽃이 잔뜩 피었다.
매년 신기함을 느끼게 되면서도
이상한 것은 작년에 어땠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는 점.
(큰일인 건가... 이거...)
기억이라는 것의 흥미로운 점은
정확한 것 같지만(그렇게 느끼지만)
사실은 부정확한 기록이라는 것.
하지만 어느 순간 만큼은
그 무엇보다 정확한 기록이기도한
오묘함 때문이 아닐까?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강렬한 기억은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오래 남는다는 것을 보면
더욱더 신기할 따름이다.
나에겐 세월호가 그러했다.
어느덧 8년이나 지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시간이 빠르게 지나고 있지만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업무차 나갔던 상암동에서
커다란 전광판 화면으로 보았던
침몰 사고 화면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덩달아 연결되는 생각들.
어린 시절 TV 화면으로 보았던
성수대교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의
충격적인 기억의 퍼즐들이
다시 나타나 맞춰지며 묻는다.
'또...?'
아무런 연관도 없는 나조차도
괴로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직접 연관되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악몽 같은 기억일지
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다만 그저 잊지 않고 기억해 보려는 것.
나의 기억의 조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그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봄을 알리는 벚꽃은 이제 엔딩이다.
벚꽃은 끝났지만 봄은 아직 한창이다.
계절이 흐르는 것을 멈출 수는 없지만
다시 돌아올 것을 알기에
어쩌면 꽃들도 쿨하게 짧은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것이 아닐까?
내 기억의 한 조각을 내어드린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들.
8년 전 그분들의 시간은 멈추었지만
그들의 슬픔과 고통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계속 꽃처럼 피어나게 된다고 믿는다.
희생자 모두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