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초딩 4학년 된 분은
요즘 들어 매주 같은 말을 한다.
"아빠, 토요일은 쉬는 날이에요"
이게 무슨 말인고하니
자기는 집 밖에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뒹굴거리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고 보면 된다.
(진짜 한 발도 안 나가긴 하더라...)
처음에 그렇게 말을 했을 때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문득 이유가 궁금해져서
한번 물어 본적이 있었다.
돌아온 답변은 간단했다.
"월화수목금 매일 집 밖에서 다녀서
다리도 아프고 토요일 하루는
아무것도 안 하고(물론 공부를)
그냥 푹 쉬고 싶어요"
아내에게 이 말을 전해주면서
너무 웃기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사실 매일 방과 후에 학원 가고
또 돌아와서 숙제까지 마치면
마치 직장인들처럼 주 5일제로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이니
힘든 것이 마냥 어른들의 몫은
아니구나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도 그럴 것이
어른들이야 스트레스를 받아도
풀 방법이 많이 있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그럴만한 출구가 별로 없다.
운동이 가장 좋겠지만
그것도 체력이나 재미가 있어야 하고
그나마 만만한건 TV 시청이나
이따금씩 즐기는 주말의 게임 정도랄까?
밖에서 노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나름의 계산과 생각이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많이 컸구나 싶다.
이 초딩 4학년의 생각 속에서는
토요일은 집에서 쉬는 날이고,
일요일은 밖에서 쉬는 날인 것 같다.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서
나름 체력을 회복하는(?) 것 일까?
나보다 나은 것 같다. ㅎㅎ
지난주에는 아이와 한바탕 투닥거렸다.
한 동안 코로나 때문에 밖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이 조심스러웠으니
이제 살살 밖에서 놀자고 꼬시다가
안 넘어오길래 섭섭한 소리를 좀 했더랬다.
"맨날 집에만 있으면 건강에 안 좋아!
그리고 아빠가 좀 가자면 말 좀 들어라.
몇 번씩 부탁해도 안 들어주고 말이야.
나도 니 부탁 안 들어주고 싶어."
나가자고 설득한다는 것이 그만
부탁 안 들어준다는 협박으로 변질되자
아이는 그새 도끼눈이 되어 버렸고,
금세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아차 싶어서 나름 변명을 늘어놓았다.
사실 나는 나가서 동네만 한 바퀴 돌고,
살짝 걷고 싶기도 하고 간식도 사고,
블라블라 블라....
그리고 아들의 대답에 바로 K.O
"아빠, 처음부터 그렇게
(동네 한 바퀴만) 말했으면
저도 같이 갈 수 있죠.
근데 말을 그렇게 하시니까
저도 속상하다고요.
그리고 토요일에 안 나가고 쉬기로 한
제 약속은 왜 안 지켜주세요?"
항상 합의가 되고 이해가 되어야
받아들이는 녀석인 것을 잠시 망각했다.
미안, 아들아.
아빠가 잘할게.
나도 11년밖에 안 해봐서 그래 인마.
초딩아빠가 뭐 쉬운 줄 아니. 짜식.